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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 사설
  • 입력 2019.02.21 17:53
  • 수정 2019.02.21 17:54

[사설] 침례교인들이 진정 원치 않더라도, ‘기독교한국침례회를 하나의 교단(敎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피할 수 없다. 침례교인들이 교단이라는 관념을 싫어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첫째, ‘교단이라는 관념의 기초가 성경이 아닌 ‘(세속적)정치논리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교단이라는 것은 일제가 식민지 조선의 종교를 재산등기와 소유권을 근간으로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침례교인들은 성경적 연합의 원리에 따라 복음을 위한 협력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는데 교단이라는 관념이 끼어들면 종교권력을 동경하는 이들이 파당을 만들어 소위 교단정치를 일삼게 되어 거룩한 연합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침례교인들은 총회의 정치를 발전된 정치체제로 탈바꿈시키기를 번번이 거부했다.

여타의 기독교 교단들 즉, 장로교단 성결교단 감리교단은 소위 헌법(헌장)이라는 것이 있고 그 법전에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규정되어 있는데 그 규정들은 그 교단체제의 근간을 권력의 배분이라는 차원에서의 '정치(논리)'에 입각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군대처럼 상명하복의 체제이며, 상부가 하부를 감독하고 재판한다. 반면에 침례교단은 정치논리/권력논리를 배격한다.'‘성경의 명백한 가르침 앞에선 양심들의 합의를 도출하되, 개교회를 구성하는 신자들(교회회원들)의 합의로부터 출발해서 대의원들의 합의를 도출하고, 다시 그 총회결의를 개교회와 신자들이 양심에 따라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냐를 따져보는 '비(非) 정치적인', 즉 진정한 종교적 방식이 침례교인들의 방식이다.

비정치적이라는 것은 세속의 정치권력에 의한 문제해결을 원치 않으며, 세속의 사법권력에 의존하는 것 또한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침례교회 / 침례교인의 '정체성'을 중시하면 할수록 이 점에 대한 가치관이 그만큼 분명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례교회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이들이 기독교한국침례회 제108차 총회장을 상대로 당선무효 및 직무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제108차 총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채권자(소송을 제기한 자)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애초에 채권자가 제108차 총회장 당선인의 당선에 대해 무효판결이 있끼까지 그 직무를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한 까닭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교단의 발전에 금전적 기여를 하겠다는 의사(意思)를 밝히는 정도를 넘어 당선되면 10억 원의 돈을(미자립교회를 선정해서) 나눠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선을 위해 금품살포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써 잘못이고, 공정한 선거풍토를 훼손한 것이다. 이는 침례교회의 정신에 크게 어긋난다는 판단이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둘째, 총회장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마치 자신의 총회장직이 교단정치의 '최고 권력자'이며, 총회규약 위에 군림하는 '만인지상(만인지사의 최고권력자이며 총회규약 위에 군림하는 만인지상( 萬人之上)'의 절대권력자인양 판단하고 직무를 수행하는 듯 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식은 30여 명에 이르는 공직자들의 직위를 적법한 절차없이 박탈하는 행위에서 입증이 되었다 할 것이다. 

셋째, 총회규약에 따르면 무자격자라고 볼 수밖에 없는 11명을 임원 또는 위원, 이사로(대의원들의 인준절차 없이) 임명하고 측근의 이익을 위해 각 기관의 독립된 행정을 거침없이 침해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행정행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도 '억울하면 고소해봐라. 나는 법적으로 다 이길 수 있다.'는 식의 태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총회장 직분자가 이런 태도를 서습없이 보이는 교단은 '장로교단'이나 '감리교단'의 교단장(敎團長)일 것이다. 그러나 침례교단의 총회장은 말 그대로 '대의원들에 의해 정기총회에서 선출된 의장이다.' 또한, 그 직무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자직을 본받는'a Mediator'지 '통할하다 / 관장하다'라는 의미에 바탕을 둔 'President'가 아니다.

침례교 총회규약은 총회장에게 무소불위의 전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총회장과 총회집행부의 모든 행정과 처결은 총회대의원들에게 보고를 하고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이 문턱을 정치적 담함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침례교 총회를 정치술의 각축장으로 만들어 타락시키는 못된 행태임에 분명하다.

작금의 현실을 보자면, 사법적폐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고 사법 불신에 대한 뉴스가 차고 넘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한국인들은 재판소에서 받은 판결을 '정의의 결정'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돈'이 허용하는 한 끝까지 밀어붙이고자 한다. 또한, 돈이 허용하는 한 가장 비싼 변호사를 고용하기를 원하고, 되도록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를 선호한다. 재판에 패소한 뒤에도 패소의 원인이 정당했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돈이 없어서, 운이 없어서 어쩌다가 패소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보니 제108차 총회장의 당선무효 및 직무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소식에 대한 첫 번째 반응은 '변호사 비용을 누가 냈느냐?'였고, '과연 이길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108차 총회장이 무자격자를 임원으로 기용한 것에 대해 무자격 임원 6인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거의 똑같은 반응이다. 심지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홍00 목사를 두고 들려오는 말은, 해당 임원들이 사임서를 제출한 뒤에 '홍 목사 때문에 사표를 내게 되었다.'는 원망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이 사건에 대해 범법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나무라기보다 가처분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 분을 토해내는 사람들이 더러 있고, 지금 그 사람들의 목소리만 크게 들리는 실정이다.

 

108차 총회장과 임원들을 둘러싼 '소송전'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다. 승패에 역점을 두어서도 결코 안 된다.
세상법정에서'승소' 하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옳고 그름이 없다. 과장을 넘어서서 거짓말을 해서라도 '승소'하려고 애를 쓴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인양 하며 재판부를 속이이기를 서슴치 않는다. 그런데도 재판장은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그 명백한 거짓말을 무심히 흘려보낸다. 그리고 소송당사자는 재판에서 다 이겼다고 우쭐거리기까지 한다. 이런 현실에서 승소했다 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에서 진짜 승리한 것으로 볼수 있을까? 우리의 시각은 이겼더라도 어떻게 이겼느냐를 분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나아가 어떻게 이겼느냐는 것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침례교 정체성을 이 같은 소송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무엇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 던져진 과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하고 회복하느냐이다. 침례교회들이 그 뿌리를 더욱 든든히 하여 이 나라, 이 민족의 삶에서 복음의 열매가 더욱 충실하게 맺도록 하는 것이 진짜 과제이다. 108차 집행부를 상대로 한 소송들은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할 '문'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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