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걸 교수는 한국침례신학대학교에서 30여 년간 기독교 철학을 가르쳐온 복음주의적 학자이다.

한국에서는 철학과 기독교 사이에 근본주의 성향의 이율배반적인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예루살렘과 아테네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터툴리안(Tertullianus, 155-240) 식의 이해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기독교와 철학을 조화시키는 어거스틴적 이해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지성적인 것은 영성이다”라는 문장으로서 그의 기독교철학의 이해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기독교철학이란 지성과 신앙이라는 두 요소를 균형 있게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철학은 신앙의 근거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믿는 반지성주의적 맹목적 신앙이 아니라 지성적 신앙을 요구한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겸손의 지성이기를 추구한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기독교철학 이해에 있어서 초기 교부 어거스틴(St. Augustine, 354-430), 종교개혁자 칼빈(John Calvin, 1509-1564), 현대에 와서는 프랑스의 해석학자 폴 리꾀르(Paul Ricoeur, 1913-2005), 21세기 복음주의 개혁신학자 존 프레임(John M. Frame, 1939- )의 입장에 서고 있다.

저자의 「기독교철학 길라잡이」는 6부문으로 나누어진다. 제1부에서 종교철학과 기독교철학이라는 주제를 서로 다른 분과로서 다룬다. 종교철학은 종교적인 문제들이나 신념들을 비판적으로 반성하나 기독교철학은 기독교를 변증, 철학적으로 옹호하는 성찰이다.

제2부에서 신 개념을 다룬다. 일반적 4가지 유형인 유신론(Theism), 자연신론(自然神論) 혹은 이신론(理神論, Deism), 범신론(汎神論, Pantheism), 만유재신론(萬有在神論, Panentheism) 외에 새로운 유형으로 유한신론(finite godism)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제3부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론을 다룬다. 존재론적 논증(Ontological Argument), 우주론적 논증(Cosmological Argument), 목적론적 논증(Teleological Argument), 도덕적 논증(Moral Argument)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4가지 철학적 논증은 지성적 성찰에 그치지 않고 영적 체험(spiritual experience)을 전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4부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 루트비히 포이어바흐(Ludwig Feuerbach), 칼 마르크스(Karl Marx),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등의 무신론적 철학과 하나님의 존재를 알 수 없다는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등의 불가지론적 철학을 다루고 이에 비판적 성찰을 하고 있다. 제5부에서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다룬다.

저자는 신앙과 이성의 긴장과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하나님의 진리를 분명히 알고 신앙을 발견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저자는 여기서 기독교 영성을 강조한다. 종교와 일반적 영성은 피조물과 창조주 사이의 구분을 철폐하는 신비주의에 빠진다. 이에 대하여 기독교 영성, 특히 복음주의 영성은 피조물과 창조자를 명료히 구분하면서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속에서 그리스도의 인격을 닮아가는 성령의 사역을 수용한다. 이러한 저자의 성찰은 정통 복음주의 신학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제6부에서 남북통일 문제, 4차 산업혁명 등 현실세계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여기서 저자는 “통전적 영성” 개념 아래 기독교 철학이 신앙의 수직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기독교인이 당면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공산주의 이념을 지닌 북한과의 관계와 통일 문제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신앙의 현실적 적용에 이른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