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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주 칼럼] 안하무인(眼下無人)

  • 사설
  • 입력 2019.02.13 12:37
  • 수정 2019.03.20 21:02

<글 : 임원주 목사>

교만한 사람을 가리켜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을 한다. 이 말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필자는 ‘안하무인’이라는 이 고사성어를 싫어해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8년 10월에 임기를 시작한 기독교한국침례회 제108차 총회장과 그 임원들의 행태를 네 글자로 묘사하는데 이 보다 더 적합한 문구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념에 종종 젖다가 문득 이 어구가 탄생하여 사용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졌다. 해서 찾아보았다.

‘안하무인’이라는 이 표현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활동한, 절강성 출신의 능몽초(?-1644년)가 1627년에 완성한 <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驚奇)>라는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단다. 요약하자면, 늦게 얻은 자식을 그 부모가 너무나 귀하게 여기고 떠받들며 오냐오냐 하면서 키웠더니 어려서부터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 굴어 어디에서나 마치 왕이나 된 것처럼 행세했다. 커가면서 온갖 문제를 일으키자 부모가 타이르기 시작했는데 이미 소용이 없었다. 결국 부모를 함부로 폭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식의 인품이 도저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뒤에야 그 부모가 땅을 치며 후회하면서 했다는 말에서 ‘안하무인’이라는 나왔다.

그런데 능몽초의 원문에는 ‘안하무인’이 아니라 “목중무인(目中無人)”이라는 써있단다. 즉, 원작자는 ‘눈 아래에’라는 말이 아니라 ‘눈 속에’ 혹은 ‘눈앞에’라고 취지로 글을 쓴 것이 후대에 ‘눈 아래에’라는 말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안하무인’이라는 표현보다는 ‘안중무인’(眼中無人)이 원전에 훨씬 더 부합한다.

‘안하무인’이든 ‘안중무인’이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교만한, 오만방자한 인물을 가리키는 데는 아무런 차이가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나는 ‘안하무인’이라는 말이 싫다. 교만한 사람을 교만하다고 지적하는 것이 ‘네 형제를 비판하지 말라’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기 때문만도 아니다.

‘교만하다’라는 말과 ‘사람을 깔본다’라는 말은 그 뉘앙스가 다른데 대체로 교만한 사람을 가리켜 ‘안하무인’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그 반대의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 인데 굳이 표현하자면 ‘안하유인’(眼下有人)하라는 의미다. 안하유인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안하무인이든 안하유인이든 필자가 불쾌하게 여기는 것은 ‘눈 아래에’라는 어구이다. 결국 ‘눈 아래에 있는 사람도 사람이니 사람으로 대접해주라’라는 뜻이 된다. 아무리 좋게 해석하더라도, 안하무인이라는 말은 ‘내가 비록 당신 아래에 있지만 나도 사람이니 사람대접을 해주세요’라고 사정하는 꼴이 된다. 계급성을 전제하여 상대방을 높다고 인정하고 애원하는 꼴이다. ‘비록 높은 지위 혹은 계급에 있더라도 아랫사람에게 갑질을 하면 안 된다’라는 뜻이 된다. 그러니 애초에 능몽초가 사용한 문구가 ‘목중무인’이었던 것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고, 17세기 중반의 조선에 전래되면서 ‘안하무인’으로 바뀐 까닭도 짐작이 된다.

침례교 교단행정의 대전제를 ‘교회 위에 교회 없고, 교회 아래에 교회 없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은 ‘교회의 대표자인 (총회)대의원을 지배할 권세가 없다’라든가, ‘대의원 위에 대의원 없고 대의원 아래에 대의원 없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에 사람 없다’라는 표현으로 연장된다. 이것을 성경에서 도출한 신학적 교리로 정리한 것이 ‘전신자 제사장’ 교리다. 침례교 정신에 따르면, 총회장 직위는 지고(至高)한 존재로서 만인의 추앙을 받으며 총회대의원들을 눈 아래에 둔 계급적 지위가 아니다. 통치자가 아니다. 교회의 통치자는 교회의 유일한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뿐이니 개교회가 파송한 대의원은 총회장을 향해 ‘님이시여!! 님의 눈 아래에 대의원들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침례교인들에게 있어서 어불성설이다. ‘교회의 사자(아포스톨로스)들이 그대의 눈앞에 있는데, 그대는 눈을 감으셨는가? 눈이 멀었는가?’라는 뜻으로 ‘안중무인’이라는 말이 차라리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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