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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배 총장의 [신약성경 올레길]
국민일보 연재 3회분

[김선배 총장의 신약성경 올레길] 네 복음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입체적으로 전개

  • 코로나19
  • 입력 2020.04.01 12:37
  • 수정 2021.02.10 17:06

 

침례신학대가 지난해 10월 교단기념대강당에서 ‘교회지원전도단 및 사회봉사단 파송식’을 진행했다. 침신대는 지난 33년간 교회지원전도단을 전국 미자립교회에 파송, 노방전도와 교회시설 보수, 목회자 사역 돕기를 해왔다. 

올레길을 걸을 때 우리는 땅만 보고 걷지 않는다. 하늘만 보고 걷지도 않는다. 사방을 관망하고 즐길 때 그 가치를 체험할 수 있어서다. 복음서의 올레길 또한 그렇다. 평면적 관조가 아닌 입체적 관망을 해야 한다. 본래 하나님께서 역동적인 복음을 입체적인 복음서로 계시하셨기 때문이다.

이런 입체성을 위해 복음서는 한 권이 아니라 네 권이 필요했다. 네 복음서는 같은 사건을 다루면서도 서로 차이가 나서 독자에게 혼란을 줄 때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대 신학자 래리 크라이처는 가위와 풀을 준비했다. 중복된 내용, 차이 나는 부분을 자르고 붙여 하나의 복음서 만들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했고 더 혼란스러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혼란은 그의 신학의 출발점이 됐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복음이 문서로 기록되면서 복음서라는 새로운 문학 형식이 출현했다. 장르는 매우 특이했다. 전기도 회고록도 아니며 예수님 생애의 마지막 부분인 공생애에 집중한다. 전무후무한 형식이다. 그러면서 복음서를 읽거나 듣는 사람들의 결단을 촉구한다.

복음서는 같은 사건을 각 복음서 기자의 관점에 따라 달리 기록했다. 이 특성은 각 복음서가 사건을 배열하고 전개한 독특한 차례를 반영한다. 누가복음은 이러한 복음의 전승 과정을 잘 설명한다. 사도행전 10장의 고넬료 사건에 대해 누가는 “베드로가 그들에게 이 일을 차례로 설명하여”라고 소개한다.(행 11:4) 여기서 베드로가 시도한 차례는 고넬료 사건을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지향하는 목적에 적합하게 설명하는 그 자신의 관점을 말한다. 이렇게 복음서는 기자의 관점과 입장이 조명된 글이기에 ‘신학화된 역사’라 부른다.

복음서는 역사적인 사실에 기초하며 이 사실에 대한 표현은 각 저자의 신학적 목적에 따라 다르게 기록됐다. 복음서 네 권 중 유독 요한복음만 색다르게 보인다. 나머지 마태 마가 누가복음은 기록된 관점이 매우 유사해 ‘공관복음서’라고도 불린다. 공관(共觀)은 같은 관점을 지닌다는 뜻이다. 공관복음서는 사건 전개나 말씀의 배열, 사용한 어휘가 서로 일치하지만, 차이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공관복음서와 요한복음서를 비교할 때 더 큰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차이는 예수님의 주요 활동무대와 공생애 기간을 조명하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요한복음과 공관복음서의 차이 못지않게 공관복음서 간의 차이도 뚜렷하다. 그래서 우리는 세 복음서를 묶지 않고 ‘네 복음서’라는 관점에서 대면해야 한다. 공관복음서와 요한복음을 비교하면서 읽을 때 그 강조하는 바가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예수님의 주요 활동 영역이 다르다.

공관복음은 갈릴리와 그 인접 지방이지만, 요한복음은 예루살렘이다. 사건의 배열도 차이가 난다. 예수님의 성전 정화 사건은 그의 생애 후반에 등장한다.(마 21:12~15, 막 11:15~17, 눅 19:45~46) 그러나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활동 초기에 성전 정화 사건을 등장시킨다.(2:13~17) 그런데 요한복음과 공관복음서 간의 상이점과 차이점이 공관복음서 간에도 뚜렷하다. 내림차순의 마태복음 족보, 오름차순의 누가복음의 족보 전개 방식부터 예수님의 출생 장면, 산상수훈(마 5~7)의 전개 방식, 부활 장면과 구약성경 인용 방식, 어법 등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왜 복음서 간에 이런 차이가 드러나는 것일까. 같은 사건을 통일된 시각으로 제시했다면 독자들은 덜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내용과 사건 전개 방식의 차이는 신학적 차이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다. 각 복음서 기자들 자신만의 독특한 신학이 너무나 빼어나 이를 한 뭉텅이로 만들어 각각의 개성을 희석하는 것을 하나님은 원치 않으셨던 것으로 여길 수 있다. 놀라운 것은 그런 차이가 혼동을 일으켜 말씀을 방해할 것 같지만 신비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신학적 관점으로 “예수는 그리스도”라는 동일한 복음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이 ‘다름’이 모든 민족, 모든 사람이 복음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 복음서 간의 차이를 보고 성경을 깎아내린다면, 그는 평면만 보는 사람이다. 올레길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라. 예수의 행적과 말씀을 입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생생히 체험하는 참 복음서 읽기다.

좀 더 올레길을 올라가 보자. 오르자마자 나오는 것이 마태복음의 족보다. 장엄하게 펼쳐져 나를 압도할 것만 같았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전혀 뜻밖이다. 좀 수상쩍은 여인들도 포함돼 있어 아리송하기까지 하다. 이 재미없고 조금 의외인 족보의 내용이 걸림돌이 된다면, 하나님의 더 크신 역사를 무시하는 격이니 인내심을 갖고 조금 더 걸어가 봐야 한다.

마태복음은 신약성서의 첫 책으로서 구약과 신약을 연결 짓는 다리 역할을 한다. 마태복음은 복음서 가운데서도 구약의 성취를 강조한다. 크고 놀라운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어떻게 이 첫 책과 족보를 통해 나타날지 다음 올레길을 기대해보자.

[출처] -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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