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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연재되고 있는 김선배 총장의 저서 [신약성경 둘레 길]을 동역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저자의 동의하에 본지에 연재한다.

[김선배 총장의 신약성경 둘레길] 신약성경 읽기는 다양성 속에서 통일성 찾아가는 길(1)

  • 단신
  • 입력 2020.03.08 22:28
  • 수정 2020.03.13 22:24

젊은 시절 제주에서 목회를 한 적이 있다. ‘올레’라는 제주 방언이 지금처럼 친근하게 불리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올레의 말뜻은 본래 ‘좁은 골목’이라 한다. 그 좁다란 골목길은 출렁이는 제주 바다를 옆에 두고 마음껏 걸을 수 있는 세계적 순례길이 됐다. 제주의 바다와 땅, 바위를 아울러 향유하며 걸을 수 있는 여정이 바로 올레길이다.

제주 사람들이 자기네 땅을 산뜻하게 만끽할 수 있는 그 올레길을 잘 알듯이 성경과 함께하는 신앙의 여정에도 올레길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경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사반세기가 다 됐을 때 필자는 신약성서의 올레길을 눈감고도 안내할 수 있게 됐다. 어디까지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 굽이돌아야 신약의 세계를 제대로 볼 수 있는지, 나름의 지표를 그려 볼 수 있었다. 이제 국민일보 독자들에게 그 길을 안내하려 한다. 필자가 펴낸 책 ‘신약성경 올레길’을 기초로 성경의 올레길을 함께 걸어 가 보려 한다.

초행에 앞서 다음 두 단어를 먼저 제시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바로 ‘다양성’과 ‘통일성’이다. 신약성경의 세계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주변 세계에는 다문화의 구조가 폭넓게 자리 잡은 상황이었다. 문화적으로 헬라문화가 유입된 상태였고 정치적으로는 로마의 법률 체계가 영향을 끼치던 상황이었다. 종교적으로는 성전 중심에서 율법 중심으로 신앙생활의 축이 바뀌는 격변의 과정에 있었다. 사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 우리는 신약시대의 다문화현상보다 더 복잡한 문화현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혼잡한 속사정을 잘 안다.

이런 가운데 올레길을 안내하려는 필자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까다로운 다양성 안에서도 든든한 통일성을 찾아내는 지표는 다름 아닌 ‘성령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단순히 신약성경을 오랫동안 가르쳐서 알게 된 깨달음이 아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갈등의 실타래를 인생 경험 가운데에서 풀어나가는 길목에서 들었던, 살아있는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성경을 펼치고 신약의 올레길을 잘 탐색하려면, 복잡다단한 우리 현실의 올레길도 잘 걸으려면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성령님과 동행해야 한다.

필자는 신약성경의 전체 흐름을 통일성 있게 파악하도록 성경의 특정한 주제나 핵심 요소들을 각 성경의 특징 속에서 해석하며 상호 연결해 나갈 것이다. 일반적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신학적 통설을 전제로 하고 이를 위해 좋은 신학서적들의 도움도 받겠지만 무엇보다 필자 자신이 신학의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질 수 있었던 성령체험이 전체적인 구성의 바탕이 될 것이다. 다양성과 통일성이 공존하는 신약성경의 숲, 그 속의 올레길을 성령의 조명으로 인도받을 것이다.

신약성경은 대략 400년 동안 구전, 문서화, 신학화, 성문화, 정경화 과정을 거쳐 27권으로 확정됐다. 어떤 특정 단체나 교회가 27권이라고 강제해 통일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상황의 교회들이 공통으로 받아들인 27권이 교회 공동체를 통해 정경으로 추인됐다. 이런 배경의 신약성경은 그 내용에서도 다양성과 통일성을 가진다. 개별적 역사적 정황이 각 책들의 다양한 특징들을 만들어 냈지만, 성령의 바람 따라 흘러간 교회의 역사는 각 책들을 모아 일관성 있는 하나의 신약성경으로 정경화했다.

각 성경은 각각의 시대 상황을 반영해 다른 관점으로 기록됐고 그 목적도 다양했다. 그래서 신약의 각 책들은 그 속에 내포된 다양성을 신약성경 전체의 통일성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때로 방향을 잃어 깊고 복잡한 광맥에 빠지곤 한다. 따라서 다양성과 통일성의 조화와 이에 대한 이해는 신약성경을 읽을 때 가져야 하는 필수적 요소다.

예수가 그리스도가 되신 때, 그때(카이로스)가 차면서 복음은 입체적으로 전개됐다. 이 복음을 통해 교회가 설립되고 정착했다. 신약성경 27권은 복음의 선포에 뒤이어 발생한 드라마다. 복음과 토착사상의 전쟁, 율법과 복음의 긴장관계, 현실생활에서 벌어지는 그리스도인들 간의 상호관계, 신앙생활과 거짓 가르침의 도전, 믿음에 굳게 서야 하는 박해 등은 첫 신앙 공동체가 겪어야만 했던 현실이었다. 그 현실 가운데 있던 다양한 문화환경과 역사적 경험은 신약성경의 다양성을 특징지었다. 이후 다양한 문화환경에서도 전승될 수 있었던 신약성경의 생존력은, 이 다양성의 갈림길들 가운데에 획을 그어 그 길을 정리한 성령의 역사하심이었다.

이제 27권의 신약성경을 한 권으로, 한 권의 신약성경을 27권으로 이해하는 여정을 시작하겠다. 지금부터 문화적 다양성 위에 영적인 통일성을 불어넣은 성령의 자취를 따라가 보자.

김선배 침신대 총장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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