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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장단일지라도 춤을 춰야 한다. 그러나 ...

[투데이 칼럼] 율령격식(律令格式)의 위력

  • 칼럼
  • 입력 2019.05.03 12:00
  • 수정 2019.05.10 10:42

 

  • 율(律): 형법. 법령을 위반했을 때의 처벌을 규정

  • 령(令): 행정법. 국가의 운영과 통치에 필요한 각종 제도와 규정

  • 격(格): 상기의 율령을 개정하거나, 추가, 보완한 법령이다.

  • 식(式): 시행령. 법령을 시행할 시의 각종 규칙

B.C. 3세기에 불과 36년을 재위하였고 그 얼마 뒤에 제국이 사라졌으나, 오늘날 중국(中國)을 중국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국가체계의 기틀을 놓은 인물이 진나라 시황제라고 인물이 있다.
중국에 시황제가 있어서 법가(法家)의 이론과 전통에 따라 통일제국을 수립하고 통치할 수 있게 되었고 국가(國家)라는 개념이 형성될 수 있었다.

수당 시대에 이르러서는 법률을 율령격식(律令格式)으로 체계화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법률체계의 발전과 법전 편찬은 주변 각국에 영향을 미쳐 ‘아시아’를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경국대전

중국의 법전들은 우리 조상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조선이 건국된 직후인 태조 3년(1394년)에 삼봉 정도전이 집필을 완료한 <조선경국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조선경국전>은 3년 뒤에 공식적으로 출간된 조선 최초의 공식 법전인 <경제육전>으로 계승되고, 세조 때(1460년) 시작되고 성종 때(1471년)에 완성된 법전 <경국대전>의 기초가 된 책이기도 하다. 그러니 ‘율령격식’이라는 개념은 고대의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나 오늘날에도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개념이다.

한국에서 ‘장로교단’이라 함은 ‘장로교회의 신조’를 신봉하는 교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그 교단의 ‘헌법’에 명시된 각종 법규의 통제를 받는 ‘단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장로교단의 ‘헌법’에는 무엇을 믿어야할지를 규정할 뿐만 아니라 교회를 구성하는 방법과 교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온갖 갈등을 처결하는 체계를 상세히 규정해 놓았다. 각 교회에서 준수해야할 예배규정뿐만 아니라 각종 행정문서의 서식(書式)까지도 규정해놓았다. 문서의 양식조차도 규정에 맞춰야 효력이 있다는 뜻인데, 거꾸로 말하자면, 문서가 법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발급되고 그 양식에도 하자가 없다면 그 내용이 아무리 바보 같아도 법적 효력이 있다는 뜻이며 따라서 그 문서에 적힌 그대로 준수하지 않으면 불법이 된다는 뜻이다.

4월 30일 화요일에 전국에서 7백 명 가까운 총회대의원들이 홍천에 회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역시 ‘율령격식’ 개념에 따른 것이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규약과 전통에 따라 총회 소집장이 임시총회 소집을 공고하였다. 모두 6개의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소집장이 공고하였으니, 총회대의원들은 총회의 의사결정이 올바로 결정되도록 하기 위해 임시총회에 규정대로 등록하고 회의장에 도착했던 것이다. 아무리 바보 같은 장단이라도 ‘율령격식’에 맞춰 규정된 것이라면 춤을 춰야 합법이고, 춤을 추지 않으면 불법이 되는 것이니 교단을 올바른 반석 위에 붙들어 세우고자 총회대의원들이 힘을 다하여 모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 장단을 치는 ‘총회의장’에게 있었다. 총회의장은 ‘하나님’이 아니다.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이나 교황권신수설을 흉내 내어 ‘총회의장권 신수설’을 주장한다는 발상도 우리 침례교인들에게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대의원들이 마치 전능한 총회의장의 “능하신 손 아래에” 서 있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대한다는 것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주권을 능멸하는 불경한 태도라할 것이다. 총회의장이 임시총회 석상에서 보인 잘못을 크게 네 가지만 거론해보자.

첫째, 총회장은 소집장으로서 20일 전에 소집공고와 더불어 안건을 공지해야 하는데 이 자체가 총회규약이 규정한 ‘격식’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4월 30일에 임시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4월 10일 이전에 임시총회 안건, 일시, 장소, 대의원등록(혹은 참여여부)에 대해 공고해야 한다. 그런데 4월 10일 이후에 안건이 추가 되었다면, 이는 임시총회 일시를 ‘격식’에 맞춰 뒤로 미뤄 5월 3일에 개최해야 한다. 게다가 대의원 등록 사항을 변경하여 추가 등록을 받기로 했다면 이 또한 ‘공고사항’의 변경이므로 다시 20일 뒤로 미뤄야 마땅했다.

총회의장은 이에 대한 대의원들의 이의제기 특히, 최초의 3 개의 안건이 6 개의 안건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없었다. ‘격식’은 문구의 정확성을 엄밀하게 따지는 것이다. 법령 즉, 율령격식에서는 ‘자구’(字句) 하나하나가 중차대하다. 그것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듯 하고, 의장권을 빌미로 회의를 억지로 끌고가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둘째, 6명의 대의원에 대해 등록을 보류하여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발언권을 주지 않겠다고 총회의장이 결정하고 통보하는 것 역시 명백한 불법이다. 보류된 6명은 이미 제108차 대의원권을 가진 이들이고, 이미 부여된 대의원권을 박탈하거나 보류하는 등의 조치는 총회대의원들의 2/3 의결사항이다. 따라서 총회의장과 임원회가 6명의 대의원권을 제한하겠다고 결정하더라도, 임시총회 회원점명 시간에 착석대의원들에게 이에 대해 보고하고, 보류할지 여부에 대해 총회대의원들이 표결하여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6명의 대의원권을 보류하여 임시총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총회의장이 임의로 결정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셋째, 율령격식이 참으로 오래 된 개념이며, 근대적 개화시대를 거친 오늘날에는 서구 민주주의적 ‘회의규칙’이 한국의 헌법과 민법 그리고 상법 등에 반영되었고, 각종 절차법이 제정되어 운용되고 있다. 규칙/규정의 조문의 경우는 ‘축조심의’(逐條審議)가 기본이다. 의장을 비롯한 모든 대의원이 일괄해서 결정하려고 할 때 단 한 사람의 대의원이 ‘의장! 축조심의요!’라고 외치면 무조건 축조심의를 해야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여러 안건을 제안설명도 없이 토론도 없이 무조건 표결에 몰아붙이려는 것은 몰상식의 극치이며 불법이다.

넷째, 회의록 채택은 매우 중요한 ‘격식’이다. 율령격식이란 곧 ‘법규정’인데 모든 회의의 합법성/정당성은 회의록에 의해 보장된다. 그런데 모든 안건이 부결되었다는 이유로 의장이 회의록 채택도 없이 폐회를 선언하였으니, 의장은 4.30 임시총회를 무효로 만든 셈이다. 4.30 임시총회에서 안건이 채택된 것이 없다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임시총회 자체를 공중분해시켜버린 행위에 대해서는 총회의장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참석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만사를 미뤄두고 전국 각지에서 달려와서는 해괴한 안건들을 부결시킨 대의원들은 정말이지 위대하다. 괴이쩍은 안건을 법제화하지 않도록, 그리하여 침례교회의 정체성과 경건이 더 이상 후퇴하지 않도록 막아준 공로는 온전히 대의원들의 몫이다. 그러나 총회의장과 집행부가 보인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글 : 임원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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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기 2019-05-16 10:07:15
잘 정리해 주신것에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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