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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칼럼] 얼간이는 어떻게 왕이 될 수 있었는가?

  • 칼럼
  • 입력 2019.04.18 13:36

갑자기 천사가 다가오더니 내 손을 붙잡아 어디론가 데려갔다. 문득 팔봉산처럼 보이는 산봉우리를 지나 남쪽 어느 골짜기에 이르렀다. 천사는 애초에 하나님 말씀으로 다스려지던 어떤 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을 순식간에 내게 보여줬다.

왕에게는 아들이 둘이 있었다. 하나는 총명하고 행동거지가 항상 바르고 근면성실하고 엄정했다. 언제나 하나님 말씀을 엄격하게 준행했다. 다른 하나는 얼간이였다. 아무렇게나 말을 해댔고, 만사를 기분 내키는 대로 했다. 즐겨하는 일은 딱 하나였다. 아버지의 보물창고에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뒀다가 굽실거리며 비위를 맞춰주는 이들에게 돈과 보물을 마구 뿌렸다.

백성들은 총명한 왕자가 틀림없이 훌륭한 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정하여 가까이 하기를 힘들어했다. 하지만 얼간이 왕자는 항상 얼이 빠져있기에 비위 맞추기가 쉬웠고 굽실거리기만 하면 많은 돈을 상으로 받으니 가까이 하기가 좋았다.

왕이 죽자 왕후가 권력을 잡고 싶었다. 내시들도 세력가들도 정권을 쥐락펴락하고 싶었다. 국법(國法) 위에 우뚝 서서 산천초목을 벌벌 떨게 만들고, 나라가 거둬들이는 세금을 나눠 먹고 온갖 권세를 휘두르며 결코 왕이 부럽지 않게 살고 싶었다. 장차 왕이 될 사람을 자기들이 뽑으면서 천년 영화를 권세를 누리는 가문이 되고 싶었다. 결론은 얼간이를 꼭두각시 왕으로 세우는 것이었다.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총리대신이 너무나 충직했다. 왕의 유훈에 따라, 총명한 왕자를 세워 모든 백성이 평등하며 다 함께 행복한, 공평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열심이다. 야심가들에게는 총명한 왕자도 충직한 총리도 단지 골칫거리일 뿐이다. 이 두 사람을 그대로 두면 엄청난 국부(國富)를 사유화할 기회도 사라지고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게 된다.

왕후와 내시들과 세력가들이 한 마음이 되어, 총리가 시녀를 희롱했다는 소문을 만들어 퍼트렸다. 그 총리가 무고하다는 어떤 증거도 채택하지 않고 나라를 시끄럽게 했고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계에서 몰아냈다. 그리고 이들은 왕이 될 사람의 기준을 정했다. 좋은 왕의 조건은 인정이 많고 후덕하고 아낌없이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왕자라면 백성이 좋아하고 많은 사람이 기꺼이 따를 것이 틀림없다고 결론 내렸고, 그렇게 당선된 왕에게 전권을 무한대로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두 왕자를 놓고 ‘인기투표’를 시행하게 되었다. 백성들은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왕자를 좋아 합니까?’를 묻는 투표용지에 기표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상식적인 국민들, 지성인들, 더럽고 추악한 탐욕가들을 경원하는 이들은 국민투표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얼간이를 좋아하는 이들만 투표하여 얼간이를 당선시켰다. 전권을 가진 왕이 된 얼간이는 권력을 망치처럼 휘두르며 자기를 희롱하거나 반대하는 자들을 두들겨 부수고 나라 밖으로 내쫓았다. 왕은 장차 인기투표로 왕을 뽑도록 국법으로 정했다. 이렇게 해서 인기 좋은 얼간이들만 왕이 되는 나라가 되었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글 : 임원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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